상단여백
HOME 사회와 현상 사건·이슈
살인죄 공소시효 폐지가 밝혀낸 16년만의 '진실'...A양 살인사건의 진범은

[한국정경신문=주현웅 기자] 한 여고생의 죽음을 둘러싼 진실이 16년 만에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사건 초기 수사를 한 경찰은 피해자가 왜 그곳에서 있었는지 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한 달만에 수사를 종결했다. 시간이 한참 지나 가해자의 DNA가 발견됐지만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로 검찰이 검거에 실패했다. 그러다가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그렇게 끝난 줄로만 알았다.

그 시간동안 피해자의 어머니는 말 못할 고통을 견뎌야만 했다. 딸에게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추정조차 할 수 없었다. 급기야 남편은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딸을 잃은지 16년, 남편을 잃은지 8년이 지나서야 사건의 진실이 밝혀졌다. 꼭 이렇게 지체될 수밖에 없었을까? 지난 16년, 그 일지를 돌아본다.

(사진=픽사베이)

[지금으로부터 16년 전] 2001년 2월 4일

전남 나주시 남평읍에 위치한 드들강에서 한 여고생 A양이 숨진 채로 발견됐다. 당시 이 여고생의 나이는 17세. 한창 꿈 많고 예쁠 때였다. 하지만 싸늘한 시신이 되어버린 이 여고생은 그 모습마저도 처참했다. 옷이 모두 벗겨져 있었고 신체 곳곳에는 성폭행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A양의 시신이 드러나자마자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목이 졸린 흔적과 몸 곳곳에 든 멍 자국, 그리고 목격자들의 진술을 토대로 대대적인 범인 찾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쉽지 않았다. 사건발생 전날 밤 A양이 두 명의 남자와 있는 것을 목격한 사람이 있었지만 그게 전부였다. 수사에 어떤 진전도 보이지 못한 경찰은 결국 수사를 한 달 만에 종결했다. 이 사건은 그렇게 ‘미제사건’으로 남았다.

[그로부터 11년] 2012년

해당 사건이 사람들의 머릿속에서 잊혀져버린 이 무렵 A양 수사는 새로운 전환점을 맞았다. 대검찰청 유전자 데이터베이스에 보관된 어느 DNA가 A양의 체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일치하는 것. 확인 결과 해당 DNA는 당시 목포교도소에 복역중인 40대 남성 김모씨의 것이었다. 김씨는 강도살인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인물. 검찰이 재수사를 시작했다.

[재수사 2년째] 2014년

하지만 검찰은 A양 채내에서 검출된 체액과 DNA가 일치하는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씨가 범행을 부인하는데다 직접적인 증거도 불충분했기 때문이다. A양의 시신에서 발견된 DNA가 김씨의 것은 분명했지만 이것이 A양의 사망과 분명한 인과관계가 있다고는 밝히질 못했다. “서로 좋아하는 사이에서 성관계를 가졌을 뿐 살해하진 않았다”는 진술만 일관되게 펼친 김씨는 자연스레 법망을 피해갔다.

[정말 끝난 줄 알았던] 2015년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서영교 의원 외 여러 의원들이 살인죄에 한해서 공소시효를 폐지하자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른바 ‘태완이 법’이었다. 1999년 대구에서 발생한 ‘태완이 사건’이 공소시효로 인해 종결되자 “살인죄 공소시효를 폐지한다”는 법안을 발의한 것이다.

‘태완이 사건’은 1999년 5월 당시 6살이었던 김태완 군에게 범인이 황산을 끼얹은 사건이다. 태완군은 전신 피부 45%가 3도 화상을 입어 49일을 버티다가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15년이란 시간 동안 범인이 발견되지 않아 결국 공소시효 만료로 수사가 종결됐다. 이에 공소시효제 폐지를 주장하는 사회적 여론이 떠밀려 ‘태완이법’이 발의돼 같은 해 7월에 국회를 통과해 비로소 살인죄 공소시효제가 폐지됐다.

이 법안 통과로 나주 A양 사건의 수사도 다시 진행됐다. 검찰은 유력 용의자인 김씨가 복역 중인 교도소를 압수수색했다. 여기서 김씨의 소지품을 확보하고 동료 수감자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다. 이 과정에서 김씨가 A양에 관한 범행을 은폐하려 했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김씨가 알리바이를 확보하기 위해 사건 당일 촬영한 것으로 조작한 사진이 있음을 알아냈다.

(사진=SBS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사건발생 15년째] 2016년

SBS 시사교양프로그램 <그것이 알고싶다> 등에서 A양에 관한 내용을 방송하자 해당 사건이 전 국민적 관심사로 떠올랐다.

검찰은 8월에 김씨를 구속 기소했다. ‘성폭력범죄의처벌및피해자보호등에관한법률’을 위반한 혐의였다.

같은 달 광주지법에서 시작된 재판. 김씨는 기어코 범행사실을 부인했다. 줄곧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맹세코 그런 범행은 저지른 적이 없다”고 버텼다. 검찰은 법의학자를 증인으로 불러서 맞섰다. 법의학자는 “A씨의 사망시점이 김씨와 성관계 직후로 볼 수 있다”고 증언했다.

치열한 법정공방이 끈질기게 지속됐다. 그렇게 4개월이 흐른 뒤 검찰은 김씨에게 사형을 구형했다. “시민 사회와 격리가 필요, 극악한 범죄에 경종을 울려야 한다”는 이유였다.

[사건발생 16년째] 2017년

1월 11일. 이 사건에 대한 1심 선고 공판이 광주지법 302호 재판정에서 열렸다. 피해자 A양의 어머니도 방청석 자리에 앉아 있었다. 재판 시작 5분 전에 이곳에 온 어머니는 “사람이 많이 왔네”하며 비교적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이어 광주지법 제11형사부(부장판사 강영훈)가 판결을 내렸다.

“당시 17세에 불과한 여자 청소년은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사망했다. 유족들은 사고 후 16년간 피해자를 잃은 고통과 슬픔을 고스란히 떠안고 살아야 했다. 피고인을 무기징역에 처한다.”

A양의 어머니는 참아 왔던 울음을 터뜨렸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16년을 매일 악몽같이 보내온 그녀였다. 8년 전에는 남편마저도 “딸을 지켜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이 든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바 있어 더욱 힘든 나날들을 보냈던 그녀였다.

재판부는 “피해자가 성관계를 가진 뒤 빠른 시간 안에 신체기능이 정지됐다”고 말한 뒤 “이를 보면 성관계 강제 후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이 입수한 조작된 사진은 치밀하게 범행을 감추려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씨가 조작한 사진에는 사건 당시 다른 곳에서 자신의 애인과 찍은 모습이 담겨져 있었다. 하지만 해당 여인은 실제 김씨의 옛 여자친구로 알리바이를 마련키 위해 김씨가 스스로 조작한 것이다.

그러나 김씨는 이미 다른 강도살인 등의 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아 복역 중이다. 때문에 검찰은 “김씨는 영원히 사회에서 격리돼야 할 존재”라며 사형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무기징역형을 내렸다.

한국정경신문 주현웅 기자  zexn90@hanmail.net <저작권자 © 한국정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현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정경신문 구독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