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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불면...가시의 밤
(사진=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박은정 칼럼니스트]

불면--가시의 밤
 
“접진 발목의 통증이 끌어올린
 우물 속 잡히지 않던 이끼의 공포
 벽의 모서리에서 토막 난 자장가
 검은 곰팡이만 핥고 있다
 늘 항상 뒤를 돌아보는 주님께
 길어질 기도를 위해 문이란 문은 죄다 걸고
 계단 내려간 발소리가 다시 올라올까
 초인종을 꺼버려야겠다
 발을 질질 끌며 마저 할 일을 궁리한다
 벗어놓은 옷은 잘 개켜 두었는데
 일기장은 어디에 감춰야 하나
 지하에는 쥐들의 음모가
 아파트 벽을 타고 올라온다
 내 잠의 양들을 노린다
 방바닥에 바짝 귀를 갖다 댄다
 괘종시계가 쥐떼를 새벽으로 몰아낸다“<백종임, 불면>

자야하고, 자고 싶은데 잠들지 못하는 고통은 거의 공포에 가깝다. 자장가는 벽모서리에서 토막나기일쑤고 불안과 분노 등이 건져 올린 어수선한 가시의 기억들은 기도로도 해결되지 않는다. 수많은 양을 세다가 몇 채의 집을 짓고 부수다가 뿌연 새벽을 맞이하는 그런 밤에는 아무 것도 들어올 수가 없다.

“가시는~ 밤마다 돋아 나오고 나의 밤은 전쟁이 된다.
출구를 찾지 못한 치욕들이 제 몸이라도 지킬 양으로
가시가 되고 밤은 길다~~가시가 지배하는 밤, 가시의 밤“<허연, 가시의 시간1>

한국인 5명 중 1명이 겪는다는 불면.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평균 수면 시간이 가장 낮다고 한다. 문명이 발달하기 이전에는 해가 지면 활동을 멈추고 동이 트면 시작 했을 텐데... ... .

전구의 발명과 전기의 보급, 컴퓨터와 핸드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문화생활 및 야근 등은 점점 잠을 밀어내면서 수면 장애인을 늘리고 있다.
 
밤엔 사람의 기운이 오장으로 들어와 장기를 튼튼하게 만든다고 해서 잠이 보약이라고 한다. 실제로 잠 부족은 집중력 저하는 물론 심장질환이나 뇌졸중, 당뇨병, 비만 등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따라서 일상의 에너지를 다시 회복시킬 수 있는 중요한 수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숙면을 원하는 사람들을 겨냥한 수면 보조 기구의 다양한 사업이 번창하면서 슬리포노믹스(sleeponomics:수면경제)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수십만 원짜리 수면 베개는 물론이고 수면 호르몬인 멜라토닌 형성을 돕는다는 수 십만원대 조명기와 수 천만원대를 호가하는 침구류도 한 몫을 한다.

이외에도 안대, 귀마개, 입고 자면 숙면을 취하게 된다는 전자 의류 제품 및 아로마 디퓨즈처럼 숙면을 도와주는 용품의 수요도 늘고 있다고 한다. 요금을 내고 원하는 만큼 잘 수 있는 수면카페도 있고 낮잠을 장려하는 기업도 있다고 하니 정말 잠을 자는데도 전략이 필요한 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잠은 일생의 삼분의 일을 차지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전문가들은 외적인 도움보다는 일정량의 햇볕 쬐기와 운동을 권하며 카페인 등의 정신 자극제를 줄이면서 침대 위 습관 등 자신의 힘으로 잠을 통제하도록 권유한다.

흰정수리북미맷새라는 새는 7일 동안 잠을 자지 않고 수천 킬로를 날면서 낮엔 먹이를 잡고 밤엔 비행할 수 있다고 한다. 우리 인간들에게도 이런 기능이 있었다면 문명이 좀 달라졌을까?

(사진=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 박은정 칼럼니스트  pj183197@gmail.com <저작권자 © 한국정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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