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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정의 문화산책] 연탄의 추억
(사진=픽사베이)

[한국정경신문=박은정 칼럼니스트] 저 가로수, 나무들의 마음은 결국 떨어지고야 마는 잎들이 못내 안쓰럽기만 하고
가난한 마음들은 스산한 바람에 이미 겨울로 가득하다.
 
추운 사람은 더 춥고, 아픈 사람은 더 아플 겨울-

해마다 빈곤층을 위한 연탄은행의 공급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한다. ‘청탁금지법’의 영향으로 공공기관과 기업의 후원이 줄어들고 연탄 가격도 7년간 500원으로 묶여있던 것이 올해 573원으로 오른 까닭이다.

한 때 국민연료로서 우리에게 익숙했던 연탄은 1990년 이후 아파트 붐이 일면서 가스, 기름, 전기로 교체되어 옛 추억 속의 연료가 된지 오래다. 하지만 겨울의 난방비로 비싼 전기료가 부담인 에너지빈곤층 가정에는 연탄이 아직도 귀중한 난방 연료로 자리하고 있다.

'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너에게 묻는다)란 안도현 시인의 말처럼 연탄은 높은 난방효율에 비해 값이 싼 데다 사용하고 남는 연탄재조차 눈길 미끄럼 방지용으로 요긴하게 쓰였던 사랑받는 존재였다.

 '방구들 선들선들해지는 날부터 이듬해 봄까지/ 조선팔도 거리에서 제일 아름다운 것은/ 연탄차가 부릉부릉/ 힘쓰며 언덕길을 오르는 거라네/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알고 있다는 듯이/ 연탄은,/ 일단 제 몸에 불이 옮겨 붙었다 하면/ 하염없이 뜨거워지는 것/ 매일 따스한 밥과 국을 퍼먹으면서도 몰랐네/ 온몸으로 사랑하고/ 한 덩이 재로 쓸쓸하게 남는 게 두려워/ 여태껏 나는 그 누구에게 연탄 한 장도 되지 못했네/ 생각하면/ 삶이란/ 나를 산산이 으깨는 일/ 눈내려 세상이 미끄러운 어느 이른 아침에/ 나 아닌 그 누가 마음 놓고 걸어갈/ 그 길을 만들 줄도 몰랐었네, 나는'(안도현, 연탄 한 장)

그러나 거기서 배출되는 일산화탄소 즉 연탄가스는 놋그릇의 색을 변하게 했을 뿐만 아니라 사람의 목숨도 빼앗았다.

살기 힘든 그 때, 동생들 학비 대라고 도회지 공장으로 내보냈던 큰딸, 아들을 연탄가스로 잃고 아직도 무너진 가슴 안고 사는 부모도 있을 것이다.

창문, 방문을 꼭꼭 닫고 자다가 볼일 보러 일어나는 순간 머리가 띵하며 방바닥에 쓰러졌던 일들-그 메스꺼움과 두통을 해소하려 퍼마시던 동치미국물.

연탄은 왜 또 새벽에 갈아야 했던지~ 옷 여미며 연탄집게 들고 영하 10도의 연탄광에서 집어온 연탄을 들고 와서는 아직도 아궁이에 빨간 불이 남아 있는 것에 그저 감사했다.

허리 구부려 하얀재 들어낸 자리에 빨간탄 넣고 새탄을 위에 올려 구멍 맞추며 들어마셨던 가스는 또 얼마였던지.

지금 생각하면 정말 되돌리고 싶지 않은 연탄의 추억이다. 그래도 한편으론 연탄 한 장 위에서 구워내던 맛있는 고등어와 김, 자녀들의 세숫물, 따끈따끈한 방 아랫목에 묻어둔 남편의 밥그릇에 담겨있던 그 그리운 시절 풍경의 고마움까지 부인할 수는 없다.

이렇게 살아온 앞 세대들의 이야기를 요즘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연탄 수요가 줄면서 석탄공사가 운영하던 탄광들이 차례로 문을 닫게 된 이 시점에서 몇몇 폐광이 된 탄광 지역은 석탄박물관을 지어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얼마 전까지 따뜻한 아랫목을 만들어 준 난방의 대명사였던 구공탄의 역사를 잘 보여주는 전시관에서는 암석들과 함께 석탄의 생성 모습과 실제 광부들이 갱도를 달리던 꼬마열차의 모습까지 찬찬히 둘러볼 수 있다.

우리 아이들에게 훌륭한 학습장이 될 뿐만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추억을 떠올릴 볼거리가 되리라 생각된다.

한국정경신문 박은정 칼럼니스트  pj183197@gmail.com <저작권자 © 한국정경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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